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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고개

AKM 겨울나그네 2015. 1. 4. 13:25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서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 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뭉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스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 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팠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 서서 숨 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 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며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

(도둑 산길의 <깔딱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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