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국화가 피는 것은 (길상호)

AKM 겨울나그네 2022. 10. 14. 21:53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피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미다

품고 있던 향기 날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별들

불러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갯짓에

한 모금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 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하여 마당 한편에

햇빛처럼 밝은 꽃들이 피어

지금은 윙욍거리는 저 소리들도

다시 살아 오르는 오후,

저마다 누런 잎을 접으면서도

억척스럽게 국화가 피는 것은

아직 접어서는 안 될

작은 날개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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