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그 해 여름 (박인걸)

AKM 겨울나그네 2022. 6. 27. 19:29

포위된 빌딩 숲에서

세월의 감각마저 잃었던 날

숨 가쁘게 우는 매미 소리에

잠든 추억이 기지개를 켠다

고향 언덕에 싸리 꽃 흐드러지고

산딸기 대추처럼 익을 때면

앞집 마을 누이는

산나리꽃보다 어여쁘고

연정 달아오른 소년은

여름 밤잠을 설치고

어쩌다 마주치는 날이면

부끄러워 얼굴을 돌리고

꾀꼬리 짝을 짓는데

봉선화 꽃 짙어만 가는데

그립다 말 못 하면서

속으로만 애태우던 그 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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