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봄바람 (신광진) 그대는 봄바람 내 곁에 바람으로 다가와 마음을 살랑살랑 설레게 하네 아지랑이 곁에 다가오면 그대 꽃내음 옷깃을 스치고 내 마음의 봄이 피어나면 황홀해서 눈물이 납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계절의 아픔 봄비 타고 내 곁에 오시면 내 마음은 기뻐서 진달래꽃 철쭉꽃 벚꽃 되어 피어나요 그대는 설렘 가득 싣고 꽃향기 뿌려주는 봄바람 아지랑이 피어나는 그대 품속에서 살고 싶어 아름다운 詩 2022.03.07
3월에 (이해인 시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아름다운 詩 2022.03.03
바람과 봄 (김소월 시인)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 아름다운 詩 2022.02.25
힘내, 2월아 (남정림) 오른쪽의 겨울과 왼쪽의 봄을 이어 주는 2월은 짧다고 반올림할 수 있는 소수점 이하의 시간은 아니지 아직 아리고 시려도 뜻밖의 봄 선물을 푸는 설렘 하나로 풋풋하게 이어가야지 라일락 향기 터지는 소리 오종종한 봄의 한가운데로 아름다운 詩 2022.02.23
2월의 시 (홍수희)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아름다운 詩 2022.02.16
겨울 행, (나태주 시인)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아름다운 詩 2022.02.10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는 이에게는 아직은 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따스한 가슴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詩 2022.02.08
겨울 양수리 (목필균 시인) 낯익은 그림자 하나 눈을 맞으며 서있다 그는 여름부터 앓고 있던 양수리가 서서히 소생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움이란 무심한 세월도 잊고 선명한 빛깔로 일어서는 것 잊혀질 시간마다 나타나서는 베어진 상처로 피를 보이며 강의 흐름을 타고 있다 강으로 달려온 겨울은 거대한 얼음덩이를 안고 처절한 몸부림으로 울고 있는데 머무를 곳 없는 사람은 제 그림자를 안고 서있다. 아름다운 詩 2022.02.04
겨울 아침 (용혜원 시인)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겨울 아침에 발자국 하나 없는 눈 위를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얀 눈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내 발자국을 뒤돌아보면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딛고 서기라도 한 것만 같아 기분이 명랑해진다 하얀 눈을 두 손 가득히 모아 꽁꽁 뭉쳐 힘껏 멀리 던져도 보고 하얀 눈을 뭉쳐서 굴려 보면 내 마음도 아이만 같아진다 하얀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을 가득하게 덮은 하얀 빛이 새삼스레 고마워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날은 단팥이 들어 있는 뜨끈한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 싶다 아름다운 詩 2022.01.31
겨울 포구 (장석남) 잎 가지지 못한 삶이 서 있고 사람 없는 집들이 즐비한 길 위로 밭이 있고 포도나무가 있다 포도나무는 밭을 포도밭으로 만들고 있지만 길들이 모두 집에 와 닿는 저녁이 와도 빈집들은 이 마을을 빈 마을 이외로는 만들지 못한다 잎 가진 삶이 다 유배당한 겨울 포구 아름다운 詩 202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