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856

5월의 향 짙어지면 (장수남)

내 고향 초가집 언덕 별 무리 떨어질 때 마지막 큰 별 하나 늦은 새벽 ​ 지긋이 눈 비비면 어둠 무너져 분홍빛 햇살 소리 없이 내려와 철새 바람 등 밀어내고 흰 구름 한 점 앞세운다 ​ 먼 산 진달래 뜨거운 눈물은 영혼 불태운 이별 그리움은 추억으로 엮어볼 까 황홀한 아침 입맞춤은 너와 나의 아름다운 이별여행 ​ 아카시아 향 손짓하면 이슬 한 잎 먼 강 타고 와 남쪽 바다 여인 5월은 메아리친다

아름다운 詩 2022.05.06

매화 앞에서 (이해인 시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수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아름다운 詩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