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일 (나태주 시인) 골목길에서 만난 낯선 아이한테서 인사를 받았다 안녕!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늘에서 구름에서 지나는 바람에서 울타리 꽃에서 인사를 한다 안녕! 문간 밖에 나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순한 얼굴의 개에게도 인사를 한다 너도 안녕! 아름다운 詩 2022.07.14
여름 바다로의 비상 (박태원) 바다로 나가보자 일상생활의 모든 나래 고이 접어둔 채 인생의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 인생의 무게로 느껴질 때 우리의 시름을 파도에 던지고 모래위에 동심에 추억을 낯선곳에서 하루해가 저물어가고 지평선에 그림자 길어져 져녁 놀이 붉게 타 오를 때 소라껍질 주워 연가를 불러보자 갈매기의 날개짓이 우릴 부른다 오늘은 그리운 바다로의 일탈이다 아름다운 詩 2022.07.09
여름날의 풀꽃 (윤갑수) 가뭄에 허덕이다 널부러진 풀잎들 물벼락 맞은 대지는 고된 날들을 씻기우듯 가슴에 쌓인 설움을 떨군다 아침햇살에 그만 주눅이 들어 가슴 저미우던 한 여름날의 초원 날갠 뒤 들녘엔 앞 다퉈 대나무 자라듯 삐쭉삐쭉 하늘 향해 예쁜 미솔 짖는다 한 여름날 망초 꽃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작은 별처럼 세상에 잔별이 되어 하늘거리고 살랑 이는 바람에 여우별이 된 행운의 크로버 꽃이 긴 목 내밀어 하얀 얼굴 드리우니 임의 눈길 그대 마음에 머무네 아름다운 詩 2022.07.02
그 해 여름 (박인걸) 포위된 빌딩 숲에서 세월의 감각마저 잃었던 날 숨 가쁘게 우는 매미 소리에 잠든 추억이 기지개를 켠다 고향 언덕에 싸리 꽃 흐드러지고 산딸기 대추처럼 익을 때면 앞집 마을 누이는 산나리꽃보다 어여쁘고 연정 달아오른 소년은 여름 밤잠을 설치고 어쩌다 마주치는 날이면 부끄러워 얼굴을 돌리고 꾀꼬리 짝을 짓는데 봉선화 꽃 짙어만 가는데 그립다 말 못 하면서 속으로만 애태우던 그 해 여름 아름다운 詩 2022.06.27
그 해 여름 (고증식) 하교길 십리 길에 타박타박 사립문 들어서면 아버지 훌쩍 앞산에 들어 청마루엔 땡볕이 혼자 놀고 있었다 오늘도 밭고랑에 머릿수건으로 엎드렸을 엄마, 불러 보지만 매미소리 물고 간 토담 위로 호박잎만 하염없이 늘어져 있다 꿈결을 타고 오르던 밀잠자리 떼 울음 끝에 놀라 눈을 뜨면 어느새, 산그림자 그윽한 눈길을 내려 서늘한 이마를 짚고 있었다 아름다운 詩 2022.06.18
유월 마중 (오인숙) 생기를 잃은 낮달 그리움에 몸부림 핏 끼마져 가셨네 이슬 맞고 피어난 망초꽃 미소위로 달빛은 흐릿하고 밤하늘 별님은 밤새 노리다가 대추꽃이 되고 개구리 울음소리 무논에 이사 온 모 나란히 줄지었네 아름다운 詩 2022.06.10
유월의 희망 (전수덕) 아름다운 꽃향기 떠난 자리 신록의 물결 일렁이고 짙은 녹음으로 무성해지는 싱그러운 유월 파란 하늘 뭉게구름 둥실둥실 자유롭게 노닐고 신선한 초록빛 바다 가슴 속에 출렁인다 살랑살랑 바람결에 은은한 솔향 폐부에 스며들고 초록의 상쾌함 핏줄을 돌고 돌아 온몸 구석구석 깨워간다 가슴 벅찬 희망의 유월 환하게 피어난 접시꽃 같은 설렘이어라 아름다운 詩 2022.06.04
5월 사랑 (김덕성) 난 너에게 조금도 아낌없이 사랑을 보낸다 날 뜨겁게 사랑해 주는 너 날 그리워하며 아껴 주는 너이기에 햇살처럼 고운 빛으로 사랑을 보낸다 뜨거운 내 가슴으로 곱게 펼쳐 아름다음으로 아름다운 詩 2022.05.31
이별의 눈물 (이해인) 모르는 척 모르는 척 겉으론 무심해 보일 테지요 비에 젖은 꽃잎처럼 울고 있는 내 마음은 늘 숨기고 싶어요 누구와도 헤어질 일이 참 많은 세상에서 나는 살아갈수록 헤어짐이 두렵습니다 낯선 이와 잠시 만나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눈물이 준비되어 있네요 이별의 눈물은 기도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순결한 약속입니다 아름다운 詩 2022.05.28
등대 (남정림) 어둠이 파도치는 바닷가를 비추던 등대가 내 안으로 밀물처럼 밀려오네요 그대에게 닿는 길 몰라 섬처럼 웅크린 채 울고 있는 나를 비추어 주려고 내 마음에서 그대 마음으로 가는 바닷길 깜박깜박 이어 주려고 (좋은글/ 좋은생각 중에서) 아름다운 詩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