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이경화)
그리움에 지쳐 허기진 마음에 운명처럼 따스한 바람이 찾아오면 난 살며시 두 손을 모으겠습니다 추수가 끝난 빈 들녘 이른 겨울 아침 하얗게 내린 맑고 깨끗한 서리를 닮은 순수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겨울을 이겨낸 뜨거운 가슴으로 꽃봉오리 밀어 올리는 매화 같은 열정을 주시고 맘에 때가 끼지 않는 온전히 맑은 눈빛으로만 그대를 바라보게 하소서 긴 겨울 얕게 뿌리 내린 보리가 가여워 밤새 따뜻한 솜이불이 되어주는 함박눈처럼 속 깊은 정으로 그대 만질 수 있게 하시고 오로지 서로의 진실한 입술로만 애절한 사랑의 노래 부르게 하소서